독서 후기
미국은 하나의 국가가 아니라 연방 국가이다. 어쩌면 이 짧은 문장이야말로, 책의 내용을 모두 요약한다고도 볼 수 있다. 애초부터 하나가 아니었기에, 분열하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닐 것이다. 아니, 어쩌면 지금까지 그나마 미국이라는 이름 아래에 하나처럼 보이도록 유지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고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분열하는 제국은 거대한 북아메리카 땅덩이를 차지하고 있는 11개의 미국에 대하여 소개한다. 각각의 미국이 자신만의 방식을 가지고 있었고, 그러한 형태들은 도무지 하나로 통합될 수 없어 보일 만큼 개성 넘친다. 미국이라는 제국이 건설되기 한참 전, 그러니까 청교도인들이 하나 둘 원주민의 땅으로 침략해 오며 자신만의 식민지 건설에 여념이 없었던 시절부터 서부 개척과 남북 전쟁의 역사 그리고 지금의 민주당과 공화당의 관계에 대하여 전체적인 역사의 흐름을 훑어보는 것이 주된 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마지막에 다다랐을 때, 필자가 책에서 느낀 것은 자유와 민주주의의 표상이라고도 할 수 있는 미국에 사실상 자유도 민주주의도 없다는 것이었다. 북부는 남부에, 남부는 북부에 자신들의 통치 방식으로 문화와 전통을 뒤엎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을 뿐이었고, 노예를 반대하던 양키들도 끝에 가서는 노예 제도에 우호적으로 돌변하던 시기도 있었으며, 민주주의라고 하기에는 민주주의적으로 모든 개인의 의사를 반영하지도 않았다. 문득 이런 현실을 비꼬아 블랙 코미디로 점철된 HELLDIVER 게임이 생각나는 대목이었다. 민주주의를 위해! 라고 외쳐대며 민주주의 전파를 위해 남의 행성에 쳐들어가 ICBM을 날리는 슈퍼 지구의 정예 군인들. 그야말로 뼈 있는 블랙 코미디이다.
그러나 이토록 이기적인 이해관계 속에서도 남북 전쟁이 이기게 된 것은, 그리고 지금의 미국이 그나마 국가의 형태처럼 하나로 움직이는 것은 분명 기적과도 같은 양보와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지금의 미국은 어떤가? 마치 거대한 크레바스와 함께 빙붕이 쪼개지는 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이 무너지고 녹아내리는 거대한 제국은 어떤 끝을 맞이하게 될까. 역사속에서 존재했던 무수한 제국들의 멸망과 같은 운명을 맞이하거나, 또 한 번 그들이 연방 국가가 되기 위해 협의를 이루어낸 기적 속에서 다시 한 번 두 번째 황금기를 맞이하거나 둘 중 하나를 맞이하게 될 운명인 것일까?
책의 저자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기적처럼 체결된 연방의 기본 원칙을 지키지 않는 한, 미국이라는 제국은 지속될 수 없을 것이라 예견했다. 최초의 미국에게 있어서 진정한 민주주의도, 진정한 자유도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닌 그저 그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수단에 불과한 개념이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설령 무수한 이기적 이해관계에서 탄생한 허울 좋은 개념이었다 할지라도, 민주주의 개념은 분명 주권이 국민과 민중에게서 비롯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여전히 그들이 스스로를 민주주의의 수호자라 자칭하는 이상, 남북 전쟁 당시의 기적적인 타협을 이번에야말로 그들이 부르짖는 민주주의의 이름 아래에 완성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민주주의의 수호 국가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계속해서 조금씩 흔들리던 전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의 정치 구조가 21세기에 들어서며 그 존립의 가능성을 시험받는 것 같이 비춰진다. 그리고 이 거대한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결국 이해와 타협만이 해결책이 될 것이다. 진부하지만, 가장 어렵고도 유일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자기개발 >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The Money Book(더 머니 북) 완독 후 리뷰 (0) | 2024.07.14 |
---|